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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지슨은 더비 경기에서 에버튼에 완패하고도 그 경기 후반전이 자신이 리버풀에 온 이후 팀의 최고의 모습이었다는 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리고 불과 얼마전에는 맨유에서 루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레스에게 접근할 것 같고, 그를 잃을까 두렵다는 말로 또다시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스패니쉬인 라파의 영어만 듣다가 호지슨의 인터뷰를 보며 언어의 마술사까지는 아니라도 꽤 말재주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리버풀의 나쁜 성적은 호지슨의 인터뷰 능력도 질이 떨어져보이게 만들고 있다. 최근 호지슨의 말실수는 여러번이었다. 전 구단주들을 몰아내기 위한 팬들의 시위가 리버풀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이 있었고,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기자들을 모욕했으며, 어제는 자신의 경질설을 말하는 많은 리버풀 웹사이트들을 비판했다.
이제 이 노장 감독의 모든 말과 행동은 리버풀 팬들에게 미움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준수한 것으로 평가받던 그의 과거 기록과 행적들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제 그의 자발적인 사임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고, 불가피하다면 경질하는 것이 리버풀의 성적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처방되고 있다.
리버풀의 감독으로 온 이상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내기를 요구받는 것은 당연하다. 호지슨이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다만 최근 몇 달의 극심한 혼란의 와중에 감독을 맡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는 지난 밤 나폴리와의 유로파 리그 원정 경기에서 비긴 이후 스스로 감독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많은 팬들은 호지슨이 해임에 따른 거액의 위약금을 받아내기 위해 버티는 거 아니냐, 추하다며 또 그를 비판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생긴다. 호지슨이 이렇게 비난의 집중포화를 맞아야 할까? 호지슨은 과연 공정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라파가 클럽을 떠난 이후 두 달의 탐색과 선별 과정을 거쳐 선임한 것이 바로 호지슨이다. 부채에 허덕이고, 영입 자금이 별로 없고, 언제 주인이 바뀔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직장에 많은 유명 감독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현재 평가가 많이 엇갈리고 실제 리버풀 성적이 좋지 않지만 호지슨은 지난 시즌 올해의 감독으로 상한가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풀럼에서 더 지낼 수도 있었고, 잉글랜드 감독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 적도 있지만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리버풀로 왔다. 이미 리버풀은 그 지점에서 스스로의 비참한 상황을 감안하고 불가피하게 차선을 선택하는 타협을 했다. 더 좋은 감독들이 오지 않는데 달리 무슨 방법이 있나? 사실 호지슨은 라파의 장기적 대체자로 여겨지지 않았다. 다만 클럽 매각이 진행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경험있는 감독으로서 영입되었다고 봐야 한다.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다른 감독이 왔다면 성적이 많이 달랐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증할 수는 없다.
어려운 상황을 감수하고 리버풀에 와서 그 상황 때문에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호지슨 자신이 성적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만큼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해줄 필요도 있다. 생각보다 클럽 매각이 빨리 성사된 것은 리버풀에게 축복이지만 그동안 호지슨이 고생한 부분을 깡그리 잊고 갑작스렇게 환경이 좋아졌는데 리그 꼴찌를 바라보는 팀을 보며 갑자기 놀란 척하고 감독을 맹비난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는 아닌 것 같다. 사실 10월 15일까지 모두들 정신병자 같은 힉스를 비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하나의 악마가 물러나자마자 호지슨에게 공격이 집중된다.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다시 정리를 하자면 호지슨이 이상한 선수 기용과 소극적인 전술로 경기를 망치고 있는 것은 현상적으로 분명하게 눈에 드러난다. 그건 분명 그의 잘못이고 능력 부족인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의 감독 생활에 비춰볼 때 그가 기본적으로 능력없는 감독이 아닌 것도 맞다. 하지만 아까 말한대로 6월말에 리버풀에 오겠다고 하는 감독 중에 호지슨이 최선이었고, 현재 성적이 생각만큼 빅클럽에 어울리지 않았던 호지슨의 능력과 지난했던 구단 매각 과정의 복합적 산물이라면 호지슨에 대한 비난은 그런 걸 감안한 후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고 싶다.
NESV가 리버풀을 인수하자 6월과 딴판으로 리버풀 감독이 갑자기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여름에 사임한 후 놀고 있는 마틴 오닐이 리버풀 감독이 될 기회를 엿본다고 하고, 갈라타사라이를 떠난 레이카르트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를 무링요에게 내주고 현재 소속 클럽이 없는 페예그리니도 유력한 차기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사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리버풀 감독을 하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직 호지슨이 멀쩡히 있으니까! 하지만 몇 명 감독들은 차기 감독 후보군에 자기를 넣어달라고 리버풀에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할 줄은 대부분 몰랐다. 아마 괜찮은 감독이 조만간 온다면 호지슨이 낮춰놓은 리그 순위 덕분에 쉽게 성적 향상을 이룰지도 모르겠다. 클럽 차원의 지원도 좋아질테고 선수들이 정신을 바싹 차리고 뛸테니.
상황은 참으로 호지슨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전에 NESV는 호지슨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최근 팬들의 불만 폭주와 리그에서의 연패가 리버풀의 새 주인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게다가 호지슨을 영입한 브로튼 회장과 퍼슬로우가 리버풀 경영에서 물러나고 있다. 또 치명적이게도 주전 선수 몇 명이 호지슨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번지고 있다. 아마 이번 주말 경기 결과가 리버풀의 승리가 아니라면 호지슨은 정말 조만간 불명예를 안고 리버풀을 떠날지 모른다. 하지만 호지슨이 리버풀 팀을 지도할 능력이 모자랐을지 몰라도 그가 애당초 온 것이 이전 리버풀 이사회의 결정이었음을 그리고 우리가 원했던 더 좋은 지도자들은 리버풀을 외면했음을 기억한다면 호지슨을 더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오래 있을 감독이 아니었는데 기왕이면 앞으로 몇 경기 리버풀의 승리를 이끌고 모든 걸 훌훌 털고 떠나가셨으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노라 하지만결국 자기와 리버풀은 인연이 아니라고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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