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넘게 기다리던 두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버렸다.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에 3:1로 완패했다.
경기 전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우위는 분명했고, 운이 좋아 리버풀의 공격이 레알 마드리드의 빈틈을 공략할 수 있다면 이변을 일으켜 우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왜냐하면 리버풀 공격 3인방의 득점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잉글랜드 언론들에서는 그런 희망섞인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결국 이변은 없었다.
아니 이변이 있기는 했다. 살라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어깨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어야했다. 리버풀 공격 3인방의 일원이지만 그 정도로 규정하기에 살라는 너무 큰 존재였다. 그는 리버풀 공격의 모든 희망을 걸머지고 있던 '왕'이었다. 왕을 갑자기 잃어버리며 리버풀 팀 전체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뜨렸다.
후반전 카리우스의 패스가 어처구니 없게도 벤제마의 발에 걸리며 먼저 골을 내주었고, 곧바로 마네의 득점으로 희망을 이어갔지만 이스코 대신 들어온 베일의 믿기 어려운 오버헤드킥은 누가 우위에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어진 베일의 먼 거리의 슛이 또 다시 카리우스의 실수로 들어가며 경기는 사실상 끝나버렸다.
라모스가 일부러 살라의 부상을 유도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 같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악동 이미지인 라모스의 전력을 감안하며 의혹을 계속 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고의성을 의심해보았지만 아니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살라가 나감으로 인해 리버풀이 이기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좋은 핑계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단지 핑계가 아니라 팀 전력의 핵심이 빠진 상태에서 전력 누수가 없는 레알 마드리드에 밀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골대를 때린 마네의 슛이 들어갔다면 어쩌면 연장까지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 기회가 날아가며 다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경기 전 지적된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은 너무 전진하는 마르셀루가 남긴 뒷자리였다. 그곳을 살라가 공략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전반에 살라 자리로 위치를 옮긴 마네로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르셀루는 후반에 베일의 골로 이어진 그 크로스를 날리며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더 작용함을 확인시켰다.
그나마 전반전에 살라가 나가기 전까지 많은 슛을 시도할 수 있었던 리버풀의 경기력은 칭찬받을만 하다. 양 측면의 로벗슨과 알렉산더 아놀드는 용감하고 훌륭한 침투, 크로스, 슛을 보여줬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만 있었더라면 상황이 조금은 더 나았을 터인데 안타까울 뿐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가며, 즉 카리우스가 두번째 실수를 한 순간 카리우스가 이번 여름에 팔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확히는 더 믿을만한 골키퍼를 영입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겠구나이기는 했다. 많은 이들도 카리우스를 비난했다. 그런데 토니 에반스의 트윗을 보니 반성을 하게 된다. 카리우스는 경기 종료 후 일어날 줄 몰랐고, 이후 혼자서 눈물을 흘리며 리버풀 팬들에게 사과를 한참 했다. 그런데 리버풀의 누구도 그의 곁이 있지 않았다. 아마도 같은 골키퍼인 워드가 나중에 달려가 위로를 한 것 같다. 에반스는 그 장면을 보며 카리우스를 그렇게 놔둔 건 잘못임을 지적한 것이다. 생각하니 그렇다. 당신은 혼자 걷지 않을 거라는 노래를 언제나 부르는 팬들이 있는 팀에서 한 선수가 아무리 큰 실수를 했어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함께 걷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아름다웠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그렇지만 감정적으로 아무도 달려가지 않은 상황을 비난할 수만도 없긴 하다.
리버풀이 다음 시즌에 더 좋은 리그 성적을 거두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이번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가능한 높은 라운드까지 올라가길 바란다.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이며 충분히 훌륭하다. 굳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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