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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LG V20 간략 청음기

by wannabe풍류객 2016.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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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베스트샵 근처를 지나갈 일이 생겨서 오늘 들러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 사이 LG G5의 모듈들이 떨이 가격으로 팔린다는 소식을 들은 터이기도 했고, 소문의 V20로 음악을 들어보고도 싶었다.


G5의 하이파이 모듈은 전국적으로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많아 기대는 안 했다. 매장 직원은 어제 낮 12시쯤 자기 매장에 정책, 그러니까 하이마트에서 먼저 4만 9천원에 팔았다는 그 가격 정책이 내려왔다고 한다. 자기들 매장에는 두 개가 있었는데 이제는 없고, 전국적으로도 2백 몇 십 개가 물량의 전부였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렇다면 내가 어제 왔다면 살 수도 있었냐고 물었는데, 그러니까 선착순 2명이었으면 샀던 거냐고 좀 의미없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는데 물량 자체가 적었다는 대답을 하여 누가 사갔다는 건지 어딘가에서 의혹이 제기되듯 직원들이 빼돌려서 중고나라에 팔듯 감춰뒀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열심히 매장마다 전화를 돌리며 재고를 확인한 열렬한 구매자가 사갔으리라 생각한다. 재고 자체가 별로 없으니 그렇게 싸게 사서 자기가 듣기도 하겠고 여러 개 사서 중고로 파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을 거다.


여하튼 LG 스마트폰이 모듈 방식을 한 번의 시도 후에 포기한 건 처절한 전략 실패라 하겠고, 실패를 고찰하여 V20에 반영한 것은 잘 한 일이라 하겠다. V20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베스트샵 매장에 간 주 목적은 음악 청취를 전문으로 하는 고가의 DAP에 버금가거나 심지어 능가한다는 쿼드DAC의 위력을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베스트샵의 휴대폰 매장에 가니 입구 가장 가까운 쪽으로 청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처음 마주친 매장 직원은 처음에 G5 모듈부터 물어봐서인지 V20 청음을 해보려고 하자 알아서 하시라는 투로 말하고는 나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처음 마주친 V20은 역시 조금 커보였다. 현재 5.2인치 폰을 쓰면서 역시 이 정도가 나의 용도에는 가장 큰 크기라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V20의 기본 이어폰으로 보이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어보았다. 음악 폴더에 있는 음악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단 한 곡이었다. 여러 음악 어플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몇 개 다른 곡을 들어볼 수는 있었지만 달랑 한 곡을 넣어놓고 청음하라는 건 쿼드댁을 강조한 폰으로서는 너무 성의가 없거나 팔 생각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빌리 진을 재생해보니 소리는 좋았다. 달리 할 말은 별로 없다. 빌리 진은 그다지 기기의 재생 능력을 평가하기에 적당한 곡도 아니지 않을까. 요즘 왠만한 스마트폰에서도 빌리 진은 괜찮은 소리가 나올 것이다. 물론 나는 음악의 고음, 저음을 크게 따지는 사람도 아니고 음악에 목숨을 거는 사람도 아니지만 최근에는 DAP이나 헤드폰 등에 적지만은 않은 투자를 한 터다.


빌리 진 이후 어떤 음악 어플에서 보이는대로 음악을 클릭하여 들어보았다. 벅스 같은 류의 어플은 쓰지 않는 터라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겠다. 여하튼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인데 소리가 작아서 볼륨을 최대로 해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소스의 문제일 걸로 보이지만 이 정도 소리라면 별도의 앰프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빌리 진 때도 중간 이상 정도의 볼륨을 설정해야했던 것 같다.


한 곡 정도 네이버 뮤직 어플에서 조금 들어보고 옆에 비교하라고 둔 어떤 LG 폰으로도 음악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 휴대폰에도 빌리 진만 들어있었다. 확실히 볼륨을 더욱 높여야만 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내가 듣기에 이 소리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는 거다. 이게 정확히 어떤 폰인지 모르겠다. LG가 G2에서부터 하이파이를 강조했던 터라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고, 하이파이 기능이 없는 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빌리 진이라는 노래 자체가 그다지 평가를 위한 소스로 적절치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음악 감상, 특히 클래식 장르의 음악을 위해 기기들에 투자를 하면서 강하게 가졌던 의구심, 내가 막귀인가라는 의심이 다시 확정되는 것 같아 뜨끔하기도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하튼 오늘 들어본 결과 V20이 스마트폰 중 음질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은 아주 짧은 경험이긴 하지만 인정할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DAP을 넘어섰는가에 대해서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빌리 진만 따지자면 더 우수하다고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빌리 진에서 무얼 더 바라겠느냐 싶기도 하다. 다른 음악, 클래식이나 재즈 장르도 들어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으나 동네 베스트샵의 환경에서는 불가능했다. LG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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