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and Through the Looking-Glass (Paperback) - 루이스 캐롤 지음/Penguin Books |
펭귄 버전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외에도 Through the looking-glass, Alice's adventure under ground, 'Alice' on the stage가 함께 묶여 있다. Introduction의 해설은 훌륭하고 상세한 주석은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오, 난 앨리스가 이런 정도의 소설인지 알지 못했다. 펭귄 클래식 버전의 해설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넌센스의 소설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전체를 처음으로 읽어보니 만만치 않은 이야기다.
도슨씨는 변태?
루이스 캐롤이 작가의 널리 알려진 필명이지만 원래 이름은 찰스 도슨(Dodgson인데 위키피디아를 보면 g가 발음이 되지 않는다)이다. 고학력에 독신인데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어린 여자 아이들을 너무 좋아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성관계를 추구한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고, 어쩌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엄청난 순수함의 발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소녀들의 부모들은 도슨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니 당시 기준으로 별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했던 소녀의 이름이 바로 앨리스다. 청혼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소설 앨리스는 너무나 인기가 많아 실제 앨리스도 유명세를 탄 것 같은데 도슨씨를 나쁘게 기억하지는 않는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소설을 그냥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읽는 것은 그 나름대로 좋지만, 해설자의 상세한 설명을 듣다 보면 작가가 어떻게,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게 된다. 동화, 판타지의 세상인 것 같은 앨리스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실제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도슨과 앨리스 사이에 있었던 일, 실제로 앨리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 그리고 당대 사회상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상세한 설명을 하자면 너무 길어서 책을 직접 보라고 권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훑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둔다.
읽어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에도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는 내용이라 아주 친숙했는데, Through the looking-glass는 낯설고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체스의 방식을 잘 알아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앨리스가 제일 약한 말인 폰으로 시작해서 퀸이 되는 과정인데, 소설 자체가 거대한 체스판을 한칸씩 움직이며 겪는 일들로 꾸며져 있다. 앨리스는 왜 여왕이 되고 싶었을까? 소녀들이라면 아주 비유적이지만 공주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체스판에서는 최고가 되려면 여왕이 될 수밖에 없어서일까. 도슨은 왜 앨리스를 여왕으로 만든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여왕은 쉴 새 없이 주변 사람들의 목을 날려버리라고 명령하는 잔혹한 어른이다. 도슨이 쓴 앨리스 이야기는 일반적인 성장소설이 아닌 건 분명해보인다. 환상과 같은 어린이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것 같으니.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여왕의 경우만 해도 잔인한 사회의 모습이 섞여 있다. 이상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 꿈속에서마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끔찍한 현실? 순수하고 어린 앨리스가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사회? 그 사회에서 타락하고 말 앨리스에 대한 안타까움?
어렸을 때는 축약본으로만 본 터라 원래 앨리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놓친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과연 이 소설을 어린아이들이 다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을 가질지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재미있어할 부분도 많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을 터인데. 조카들에게 시험을 해볼까? 조카들은 이미 이런 얘기에 시시함을 느낄 것 같다만.
반응형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간되기를 고대하는 책들 (0) | 2010.03.05 |
---|---|
뉴라이트 사용후기 - 한윤형 (0) | 2009.10.16 |
다윈 이후(Ever since Darwin) by 스티븐 제이 굴드 (0) | 2009.05.18 |
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2) | 2009.05.03 |
신중한 다윈씨 by 데이비스 쾀멘(이한음 옮김) (0) | 2009.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