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 '노바 젬블라'라는 제목의 독특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계기라고 치면 트레일러에도 나오는 매력적인 여성이 8할의 역할을 했다고 하겠는데 막상 영화에서 많은 시간 등장하진 않는다.
영화 평점이 높지는 않지만 관심있는 사람에겐 꽤 흥미로울 영화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네덜란드 공화국이 중국과 인도로 향하는 새로운 항로, 북극 근처의 북동항로를 개척하는 이야기. 민족주의적으로 해석될만한 부분이 풍부한데 가령 배를 비롯하여 영화에 네덜란드 국기는 빈번히 필수 요소처럼 등장한다. 1590년대부터 현재와 동일한 네덜란드 국기가 사용되었는지, 당시 영토가 현재와 유사한지는 찾아봐야 할 일이나 현재의 관객들에게 중요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가톨릭의 스페인 제국과는 다른 신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장면은 항해 초반 배에서 성모 마리아나 묵주 등을 없애라는 명령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 선원은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를 바다에 떨어뜨려버린다. 영화 속 계급적 갈등 구조를 생각한다면 상징적인 장면이라 하겠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헤리트는 일반 선원들 중 유일하게 문자를 아는 사람이고, 이 때문에 다른 선원들의 질시의 대상이 된다. 헤리트가 뱃사람이 아니라 처음 배를 탔기에 텃세가 작용하기도 했는데 글을 아느냐의 여부에 따른 계급적 구분이 더 깊은 갈등의 원인이었다. 다시 종교 이야기로 돌아가면 십자가를 버린 그 선원의 모습에서 비록 신교 국가로서 출발했지만 네덜란드인 모두가 그 이념, 목표에 충실하지는 않았던 초기 국가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민족주의적 대목은 헤리트가 가장 뱃사람다운 사람이자 갈등하는 대상이었던 거인 선원의 목숨을 구하며 우리는 하나의 미덕을 구축하는 부분이었다. 비록 헤리트는 마지막까지 원래 악한으로 그려진 한 명의 선원과 갈등하지만 함께 고생하며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화국은 결속력을 다지게 된다.
결속력의 근원, 아니 애초에 네덜란드라는 국가는 왜 해상무역로 개척에 열심이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것이 그들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었다로 귀결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작은 배에 탄 선원들이 손에 도끼며, 작살 혹은 노를 쥐고 무언가를 강하게 내려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대상은 현재는 멸종을 걱정해야 할, 그리고 코카 콜라 덕분에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각인된 북극곰이다. 영화에서 동토의 노바 젬블라에서 선원들의 최대의 적은 흉포한 맹수 북극곰이었다. 아마 사소하게는 북극곰의 흉악함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모습이었다. 여하간 열 명이 될까말까한 그 선원들은 네덜란드의 생명줄이 될 새로운 항로를 찾겠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리고 그래서 죽지 말아야했기에 암흑의 노바 젬블라에서 일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생존했다.
많은 이들이 추위와 병마에 세상을 떠났지만 선원들은 얼음 때문에 북동항로로 갈 수 없다는(영화 마지막에 1932년에야 항해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귀중한 정보를 네덜란드에 알려줄 수 있었다. 그들이 돌아와보니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아시아로 갈 수 있는 항로를 개척했다는, 네덜란드에는 좋을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항해 자체로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였으나 네덜란드인들은 살아돌아온 그들에게 환호를 보냈고, 비교적 천한 신분의 헤리트는 높은 신분의 애인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갖게 된다. 그야말로 민족의 탄생 신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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