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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이주연의 영화음악...

by wannabe풍류객 2012.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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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때문에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지만 지금 가장 즐겨듣는 건 이주연의 영화음악이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지난 주에 조금 바빴던 터라, 또 팟캐스트이다보니 밀린 걸 나중에 듣다보니 오늘, 조금 전에야 지난 월요일 방송을 들었다. 이별 통보였다.


방송 게시판(처음 가봤다)을 보니 담당PD가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MBC 간부급이었는데 동참한 것이다. 이주연 아나운서가 파업에 참여한 이후 이영음 작가인 김세윤'님'이 방송을 진행 중이었는데 마지막 멘트를 할 때는 목소리의 떨림 혹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매일 방송을 하며 자신이 이 방송의 '진짜' 진행자가 아님을 고백하며 지냈던 수 개월. 그에게 현 상황이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울지 상상이 된다. 그동안 어떤 이들은 아네트를 빨리 소환하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김세윤 작가의 목소리도 좋다고 했다. 내가 MBC의 영화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한 이후로는 계속 김세윤 작가가 진행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주연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방송 중간중간의 멘트를 통해서만 들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김세윤 작가와의 이별이 아쉽다.


이 방송에서 특히 좋아하는 코너는 단연 이다혜씨와 함께하는 책 읽어주는 영화였다. 덕분에 옛 영화를 다시 생각하기도 했고,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을 사서 읽기도 했다. 무엇보다 옥다혜님과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가끔씩 이주연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접하며 예전에 내가 어릴 적에 들었던 영화음악의 진행자가 그대로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듣다 보니 전에 진행한 분은 다른 분이었고, 그 분의 이름이 정은임이었고, 2004년에 교통사고를 통해 돌아가셨다는 걸 오늘 확실히 알았다. 


가슴 속엔 철부지 시절, 영화 100년 영화 100편이라는 코너를 설레며 들었던 기억이 간직되어 있다. 어떤 영화 소개를 들으면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각의 매체인 영화를 단지 귀로 들으면서, 그것도 길어야 10여분일 짧은 소개와 영화 음악으로 '느낀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다. 정은임 아나운서를 추모하며 당시의 방송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도 있는 걸 봐선 대단한 전달력을 가진 분이셨던 것 같다.


2004년에 그녀가 죽은 것도 모르고 난 무심하게 취업하고 그만두고 학교를 다니며 돌고돌아 오늘 20년의 세월을 돌아보았다. '이주연'의 영화음악이 부디 돌아오길 빈다. 그땐 나도 한 번 내 존재를 드러내 내 사연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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