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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요바노비치가 리버풀에 온 지 3주 정도 시간이 흘렀다. 확정 발표가 하도 늦어서 마지막까지도 안 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냈지만 나중에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리버풀 행에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월드컵에서 돌풍의 팀 독일을 꺾는 골을 넣으며 환호하던 요바노비치의 모습을 프리미어 리그에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리버풀 팬들의 바람이다. 그런데 요바노비치에 대한 리버풀 오피셜의 글을 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요바노비치의 베스트 포지션은 어디인가
요바노비치는 스트라이커와 레프트 윙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면 어디가 더 적합하고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인가?
며칠 전 카이저슬라우테른과의 친선 경기가 있었다. 요바노비치는 왼쪽 윙으로 뛰었다. 경기 후 요바노비치는 '감독이 뛰라면 어디에서라도 뛰겠다, 나 자신의 생각이 있지만 내가 다시 왼쪽에서 뛰어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두 포지션이 가능하다고 봤을 때 선수는 스트라이커를 조금 더 좋아한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밀란은 어제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베스트 포지션이 어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왼쪽 윙이고 그 포지션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포지션에서 다 잘 할 수 있고, 이전에는 왼쪽 윙보다 스트라이커로 많이 뛰었다면 이렇게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호지슨의 선수 운용 방침이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요바노비치에 대한 초기 오피셜 뉴스들은 보통 그를 '포워드' 혹은 '스트라이커'로 표현했다. 심지어 어떤 오피셜 기사에서는 그가 토레스의 파트너로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이 선수를 리버풀에서 공격수로 간주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그러나 위 뉴스들 중에 호지슨이 밀란을 평가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는 타고난 와이드 플레이어에요. 그는 와이드 미드필더라기 보다 공격적인 윙어이고 골스코어러입니다."
호지슨은 스트라이커보다 측면 윙어로 요바노비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리에쥬와 세르비아 대표팀에서 요바노비치의 골 기록을 보면 2~3 경기에 한 골 정도의 비율임을 알 수 있다. 윙어로서는 많은 골이고 스트라이커로 아주 뛰어난 득점 기록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요바노비치의 번호는 왜 바뀌었나
요바노비치는 리버풀에 온 이후 10번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나중에 영입된 조 콜이 10번 셔츠를 입게 되었고, 요바노비치의 등번호는 14번이 되었다.
클럽이 선수에게 등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와 기대를 담고 있는 행위다. 또 가능한 선수가 좋아하는 번호를 주려고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일단 준 번호를 뺏고, 다른 번호를 주는 것은 선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일 수 있다. 예전에 인터 밀란의 사모라노가 유명한 사례가 될 것이다.
요바노비치가 10번이었기 때문에 조 콜은 7번이 될 거라는 것이 다수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다른 결과가 나왔고, 요바노비치 자신은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리버풀 오피셜은 과장되게 "셔츠가 바뀌어 요바가 기쁘다"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월드컵 세르비아 대표팀 경기에서 목격되었듯이 그는 대표팀에서 14번 셔츠를 입는다. 그러므로 그가 리버풀 셔츠 14번을 못마땅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10번 셔츠에 처음 배정되었을 때의 반응을 보면 시큰둥한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토샥, 반스... 그 셔츠를 입었던 선수들을 알아요. 숫자는 특별하지 않아요. 제가 경기장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어찌보면 요바노비치는 정말 셔츠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는지도 모른다. 스탕다르 리에쥬에서 그는 23번 셔츠를 입었다. 또 조금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면 7번 유니폼을 입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선수의 숫자에 대한 선호도와 상관없이-혹은 상관없다는 태도기 때문에 오히려-클럽 차원에서 등번호를 바꾼 것 같다. 리버풀에서는 공격수라고 해도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는 9번 셔츠를 입었다. 러쉬, 파울러, 토레스 이 정도만 말해도 리버풀 9번의 면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0번은 공격수들이 입었지만 반스, 가르시아처럼 스트라이커로 분류하기 어려운 선수들의 것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조 콜이나 요바노비치 모두 10번에 어울릴 수 있다.
그러면 이 최종 결정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 단순하게 요바노비치는 어떤 등번호이건 별로 상관이 없는 선수이고 조 콜은 첼시에서처럼 그대로 10번 선수가 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 재미없는 해석이고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렇지는 않을까?
어느 팀에서나 7번과 10번은 중요한 선수들의 몫이다. 특히 리버풀에는 키건과 달글리쉬의 뒤를 이을 7번 선수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바노비치를 10번에 둔 채 조 콜이 7번을 달게 되고, 두 선수가 나중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묘한 심리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상징적인 번호의 선수들의 부진은 클럽의 부진을 대변하는 것이다. 새로운 7번 선수가 케니 달글리쉬에 버금가는 활약을 한다면 리버풀 선수와 팬들의 사기는 더욱 충천할 것이다. 그러나 부상 경력이 많은 조 콜은 약간 불안하다. 이전의 7번은 해리 큐얼과 로비 킨. 모두 큰 기대를 모았지만 부진한 리버풀 선수의 대명사가 되어 팀을 떠났다.
그래서 리버풀이 가뜩이나 불안한 구단 상황을 감안해 잠재적 실패에 대비한 심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요바노비치에게 기왕에 주었던 10번을 조 콜에게 주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결론을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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