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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배틀스타 갈락티카

by wannabe풍류객 201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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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4시즌 동안 장수한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갈락티카. 우주 모험류에 열광하지는 않는지라 비교적 나중에 보게 되었는데 몇 편 보면서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흑백의 구분처럼 명확한 아군과 적의 다툼은 단순한 선악의 대결에서 선이 승리하는 얘기로 흐를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요즘 단순한 얘기가 먹히려면 아주 화려하거나 전에 없는 구경거리를 보여줘야 하는데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전투 장면은 CG지만 그다지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시리즈는 CG보다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인간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세상의 온갖 이야기들이 마찬가지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생판 모르는 나라의 소설, 영화에 공감하는 것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 무대가 우주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한참 동안은 신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인조 인간 싸일론과 인간이 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꼴이 재미있었다. 신이 만든 인간이 만든 싸일론이 신의 이름으로 자기를 정의하고 인간을 판단한다. 흐릿해지는 경계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싸일론은 자기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되었는데 나중에 가면 단순히 프로그램된 것인지 정말 인간이라고 여기는지 애매해진다. 인간은 외관상 전혀 구별할 수 없고 심지어 인간과 사랑하고 아이까지 잉태하는 싸일론을 보며 그들을 절대악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이야기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행성에 정착해서 살기 위한 탐사 활동이 뼈대를 이루는데, 그래서 뉴 캐프리카에도 살아봤고, 일종의 신화적 행성인 '지구'를 어렵게 어렵게 찾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도 영원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이 과정은 드라마의 핵심적 스토리 전개과정이 있어 이 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에게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난 알고 있으니 상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즌 4의 마지막은 약간 의외였는데,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면 아주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영원히 반복되고 재해석되는 바로 그 주제, 니체의 영원회귀가 어쩌면 단순히 이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죽어야만 하는 운명인 인간이 만들어내는 신화. 아이를 낳음으로써 영원한 삶을 대체. 신이 만든 인간으로 부족해 인간을 닮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욕망. 신이 되려는 욕망. 결국에 파멸에 이르고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기 위해 고난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시리즈를 계속 지켜보는 건 약간 지루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와 주제는 괜찮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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