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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 : 해롤드와 쿠마

wannabe풍류객 2010. 7. 3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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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와 쿠마
감독 대니 레이너 (2004 / 독일,캐나다,미국)
출연 존 조,칼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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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와 쿠마 2
감독 존 허위츠,해이든 스클로스버그 (2008 / 미국)
출연 존 조,칼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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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영화다. 말도 안 되는 스토리와 과장, 판타지의 연속인 해롤드와 쿠마 2부작은 장면 때문에 웃지만 그 이면의 슬픈 현실을 동시에 감지하게 만든다. 2편에서 애매해지는 감이 있지만 이 2부작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하다. 

특히 1편에서 두 주인공은 '하얀 성'이라는 햄버거 가게에 험난한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데 쿠마는 자신들의 행위를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로 선언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화를 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들이 먹는 것은 싸구려 햄버거일 뿐이다. 인생의 목표들이란 것이 항상 거창할 필요는 없고, 남들이 무시하는 사소한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끌어들여 정당화한 그들의 행동이 고작 정크 푸드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심각한 조롱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사회가 만들어 낸 아메리칸 드림 자체가 위선이고(성공한 사람이 워낙 극소수이기 때문에 꿈이다), 그것을 달성하겠다고 달려든 세계 각자의 사람들의 꿈이란 것도 자유, 인권보다는 궁극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다(역설적으로 다수는 실패하여 슬럼의 빈민이 된다).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인 패스트 푸드가 미국의 꿈이라면 그것은 악몽일 뿐이다. 그러나 돈 없고 편한 식사 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들의 식량은 패스트 푸드 뿐인지 모른다. 사실 해롤드와 쿠마는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계층에 속한다. 그들에게 햄버거는 가끔 먹는 맛있는 간식인지 모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겐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하는 식량일 수 있다. 또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가난한 계층 출신이다. 

직업으로 따지면 미국 사회 중상 정도의 계층인 두 주인공들이지만 피부색 때문에 온갖 고초를 당한다. 심지어 2편에서는 비행기 안의 해프닝으로 각각 북한과 알 카에다의 테러리스트로 지목된다. 둘 모두 부모 이전 세대부터 미국에 살고 있는 미국 시민이다. 그러나 백인 미국인들은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백인 청교도의 나라라고 주장한다. 모든 백인들이 둘에게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둘의 연인은 모두 백인 여성이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서 백인들의 횡포가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KKK는 말할 것도 없고, 백인 경찰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혹은 단순히 심심하다는 이유로 억지로 유색인종 범죄자를 창조해버린다. 미 정보기관은 사실에 귀를 닫아버리고 둘을 테러리스트로 단정지어버린다. 

우습게도 둘의 억울한 범죄 기록을 삭제시키는 건 조지 W. 부시다. 부시는 해롤드, 쿠마와 함께 아버지 부시를 욕하고 마리화나를 피워대며 온갖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후 감동적인 음악이 깔리며 미국 정부는 나도 싫어한다, 너희도 싫어해도 된다 그러나 나라(미국)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미국을 사랑하라는 말인가? 인종차별주의자가 판치고, 마약과 패스트 푸드에 찌든 미국을? 죄없는 사람들을 관타나모에 잡아놓고 족치는 미국을? 미디어를 통해 천재 소년 두기로 알려진 닐 패트릭 해리스가 사실 난봉꾼, 사기꾼에 정신이상자인 가식과 허위의 사회 미국을?

영화는 미국의 치부 몇 가지를 코미디 영화 형식을 통해 폭로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 때면 문제적 캐릭터들은 모두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미국 사회는 정화되고 모두가 행복하다?? 그렇지 않다. 해롤드와 쿠마는 여전히 철없고 마리화나를 피워댄다. 간과해서 안 될 점은 백인 미국인들에게 이방인인 둘 모두 미국인이라는 것이다. 1편 마지막에 각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두 사람은 여전히 폭탄과 같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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