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sed by wolves
HBO 맥스의 신작 드라마 raised by wolves가 공개되었다. 첫 에피소드는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 자신이 감독을 맡았다. 거장 리들리 스콧의 참여로 한껏 기대감이 높았던 드라마인데 아직은 이게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 어려운 단계다.
몇 년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시점에 케플러**라는 이름의 행성에 두 안드로이드가 착륙한다. 하나는 남성의 외향을, 하나는 여성의 외향을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들은 행성에 정착해서는 인간 아이들을 배양(?)한다. 원래 계획은 12명을 기르는 것인 모양인데,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6명의 아이들이 자라나다가 한 명만 남고 다 죽은 과정이다. 역설적이게도 캠피언이라는 유일한 생존자는 처음 배양기계에서 꺼내졌을 때 숨을 쉬지 않다가 '마더'라는 이름의 여성 안드로이드에 의해 살아난다.
이 작품은 '파더'와 '마더'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두 남녀 안드로이드들이 주요 캐릭터다. 안드로이드들이 아이를 낳을 수는 없는 일이고, 특수한 배양기계가 여성 안드로이드의 신체와 연결되어 아이들을 9개월간 기르는 과정을 거친다. '마더'는 9개월을 꼬박 누워서 아이들을 한꺼번에 6명이나 길러내니 엄마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파더'는 적어도 이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를 '파더', '마더'라고 부른다. 이들은 케플러 **라는 행성에서 인간 아이들을 길러내는 임무를 부여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미션 하에서 처음부터 아빠, 엄마다.
마더가 어떤 계기로 파더를 살해한 상황, 그러니까 행성에 마더와 캠피언만 남았을 때 낯선 인간 몇 명이 방문한다. 그들은 미트라 신앙을 믿는 인간들이다. 그게 고대 문명의 미트라 신앙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고 예상한대로 미트라는 태양신이었다고 하는데,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하는 시대의 미트라 신앙의 종교 의례는 기독교의 것을 매우 많이 차용한 형태로 보였다. 미트라 신앙 하의 인간들은 사상적 자유에 제약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마더'는 케플러** 행성에서 무신교의 아이들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미트라 집단과 대척점, 갈등 관계를 형성한다.
폭발력이 있는 종교적 갈등이 결국 '마더'의 각성으로 이어져서, '마더'는 미트라 신앙의 인간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피해자들의 명명으로서 '마더' 안드로이드는 '네크로맨서'라고 한다. 네크로맨서는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고, 양팔을 옆으로 쭉 뻗은 형태로 하늘을 비행할 수 있고, 괴성을 질러 인간 머리를 폭파시킨다. 마더는 우주선에서 인간 아이들을 몇 명 데려와 캠피언과 같이 지내게 만든다. 이후 '파더'를 부활시키고, 캠피언이 '마더'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아이들을 데리고 가출하는 등 사건들이 이어진다.
엔딩 크레딧을 보건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촬영된 듯한 이 드라마의 풍광은 새롭다. 프로메테우스 같은 작품에서도 거대한 풍경을 잘 보여줬던 리들리 스콧은 여기서도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을 잘 그려냈다. 아직 가려진 부분이 많아서 드라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꽤 시간이 지나야 알아먹을 것 같다.
제목이 "늑대들에게 길러진" 정도의 의미일텐데, 드라마에 늑대는 나오지 않는다. '마더'가 한 번 늑대 소리를 내는데 맥락이 나오지는 않는다. 나중에 설명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