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지하철 속의 나
오늘은 지하철에서 이상한 일을 세 번이나 겪었다. 아까 작성한 오즈의 마법사 포스팅이 이제와보니 본문 내용이 싹 날아가기도 하고 내가 이상한 나라에 온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요상하기만 하다.
아침에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사당역으로 가는 도중의 일부터 보자. 아침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지만 자꾸 콧물이 나와 마스크를 불가피하게 몇 번씩 벗어야했고, 마스크에 콧물이 묻는 불상사도 있고 상태가 안 좋았다. 다행히 내가 탄 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안 좋은 꼴을 볼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동작역 즈음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탔다. 좌석을 가득 채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략 10명의 무리였다. 약간 시끄러운 그들의 목소리는 한국어가 아니라 중국어였다. 아이들 몇 명과 젊은 여성들 몇 명이어서 가족인지 친구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놀랍지 않게 내 주변에 앉아있던 한국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떠서 다른 자리로 옮겨갔다. 나는 킨들로 책을 보던 중이었는데 내 옆에 앉으려던 한 중국인이 내 킨들을 쳤다. 나는 내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중국인에 포위당하다시피 앉은 데다 거의 직접적인 접촉까지 하게 되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아무도 기침을 하지는 않았으니 아무 일 없으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문득 한국어도 중국어도 모르는 유럽의 백인들이 동양인들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시기에는 모두가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두번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일이다.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같은 사람의 옆 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우연히 옆 자리에 똑같이 앉은 것이다. 아마 그런 일이 또 있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지하철 옆 자리에 누가 앉는지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인지한 것으로는 유일한 경우다.
그러면 무엇이 내 옆에 앉은 남성에 주목하게 만들었는가. 바로 그의 독특한 옷 색깔 때문이다. 그 분은 지난 번에도 이번에도 주황색, 붉은 색의 상하의를 입고 있어서 검은 외투가 많은 겨울철에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분의 앉은 자세, 혼잣말 같은 약간 큰 목소리도 모두 공통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바는 아니라 같은 사람이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동일인이라고 믿는 바이다.
마지막은 아까 내 옆 자리(그러고보니 임산부석이었다)에 앉았던 아저씨가 동대문 쯤에서 내리고 난 후 어떤 여성이 그 자리에 앉았을 때의 일이다. 나는 곧 내릴 계획이라 읽던 문서를 가방에 넣고 스마트폰을 조금 보던 와중이었다.
우연히 옆을 보니 자리에 얼마 전에 앉은 그 여성이 핸드폰으로 자신의 맞은 편쪽에 앉아서 벽에 기대어 자고 있는 남성을 촬영하고 있었다. 분명히 같이 타고 온 일행도 아니었으니 처음 보는 사람을 촬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보아하니 줌인, 줌아웃을 해가며 화면에 꽉차게 맞은 편 남성의 전신을 촬영하는 것 같았다.
어떤 남성이 모르는 여성을 몰래 촬영하면 범죄 행위가 될 수도 있을 터인데 여자라고 타인을 무단 촬영하는 게 허락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기에 그 동기를 추측만 해 볼 뿐이고 여전히 이해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