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구매기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서 차를 산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나며 어쩔 수 없이 한 대를 사고 말았다.
중고차를 알아봤는데 인터넷에서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믿을 곳이 하나 없다는 결론으로 귀착되었다. 물론 인천, 부천의 악명은 과거에 더 대단했고 지금도 높은 모양이다. 하지만 서울에 살면서 충청, 경상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인천, 부천의 매물도 알아보긴 했다.
상사에 가서 이차저차 둘러보고 사는 일도 많은 모양인데 현재 차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도 없어서 가장 유명한 중고차거래 사이트인 엔카에서 알아보았다. 나중에는 보배드림, KB차차차 등 다른 곳들도 살펴봤지만 매물의 수 자체가 엔카가 가장 많아 보였다.
내가 살 차는 몇 가지 기준들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구매 후보를 줄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얼마나 인터넷 페이지에 올라온 글자들을 믿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내가 원하는 차가 엔카 직영점에 있었다면 걱정이 덜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적자면 나는 아직 면허가 없고, 아내는 있다. 그러나 아내도 장농면허 십수 년에 최근에야 운전 연수 10시간을 받은 상태라 믿을 만한 운전수는 아니다. 그래서 집에서 먼 곳에서 차를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집에 가져올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리하여 중고차의 '탁송'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엔카에서는 마치 택배 부치듯이 차를 집앞까지 가져다 주는 '홈앤카'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하는 엔카 직영몰에 딱 입맛에 맞는 차가 없어서 최종 구매한 차는 저 멀리 용인의 신갈 인터체인지 인근의 매매단지에서 사게 되었다.
나나 아내나 차에 대해 거의 모르기 때문에 믿을 만한 누군가를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후보자들의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하여 알아보다가 그런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 같은 마이마부로 정하고 옥션을 통해 서비스 요금을 결제했다. 5.5만원이었는데 일단 본사의 조모 과장님과 상담을 하자 그 분이 판매자에 연락해서 가격에 대한 부분과 스케줄을 조정해주었다. 현장에서 중고차를 보고 체크를 해줄 사람은 조 과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일단 조 과장님은 판매자와 대화를 하며 가격에 대한 부분을 절충했는데, 판매자는 우리가 살 차가 이미 최초 게시 가격보다 많이 낮춘 가격이라 할인을 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매매 수수료와 매도비용이 각각 30만원+27만원 가량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10~30만원의 협상 여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 수수료, 비용들은 인터넷 글들을 보건대 관행적으로 딜러와 상사에서 받아가지만 과하다는 여론도 많았다. 이미 차값에 반영되었어야 할 비용을 이중으로 받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나도 수긍이 갔지만 실제 딜러와 만나 싸울 정도로 협상을 하지는 못 했다. 이미 차는 큰 흠이 없는 한 사려고 한 상태였기 때문이고, 너무 멀리 왔기에 안 사고 가면 허탈했을 것이다. 우리가 들인 시간도 있고, 마이마부 서비스는 이번 일회로 종료되기 때문에 다른 차를 알아보려면 또 결제를 해야했다.
여하튼 차를 직접 보러가니 마이마부에서 원래 오기로 한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와 있었다. 물어보니 이미 여기에 여러 번 왔던 모양이었다. 아내는 마이마부의 직원들도 중고차 매매단지의 딜러들과 연결된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품었고, 나도 이런 서비스가 오래 이어지면 결국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두 분은 먼저 와 있었기 때문에 점검을 마친 상태였다. 일단 차 외관을 우리에게 직접 보라고 말했다. 그 날은 매우 추운 날이었고, 차는 야외 주차장에 있어서 차를 보다보니 몸이 얼어붙었다. 밝은 날이었지만 차를 주차장의 깊숙한 곳에서 보다보니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와 생각하면 왜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 차를 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차에는 엔카 사이트에서 볼 때에는 설명에 없던 사고 흔적이 있었다. 중고차의 '무사고'는 말 그대로 작은 사고조차 없었다는 게 아니라 큰 수리가 필요할 정도의 사고는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해당 부분은 체크를 하고 공개를 했어야 하는 것 같지만 엔카 측의 정비사도 체크를 하지 않았고, 성능점검표에도 제외되었다. 기타 긁힘, 찍힘의 자국도 작게 여러 군데 있었다.
아내는 사고의 흔적 때문에 매우 망설였고, 나중에 듣기로는 안 살 생각도 했다고 하는데 자동차 정비를 하는 지인과 통화를 하고는 결국 사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보기로는 마이마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가격 협상도 해줬다는 평도 봤는데 우리가 만난 직원분들은 가격 협상은 구매자와 판매자 양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글과는 완전히 다르구나 싶었다. 결국 우리는 심지어 판매자에게 호의를 베풀고는 15만원 할인을 받는 것으로 가격 협상을 보았다. 더 버텨봤어야하나 싶지만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하고 보기 시작하고, 자동차 보험 가입하고 하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긴 아이들이 걱정되어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돈 계산과 서류 작성이 끝나고 차는 우리 것이 되었지만 우리는 차를 몰고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미리 알아둔 대리운전에 연락을 해보았다. 이렇게 외딴 곳이라면 많이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빨리 기사님이 배정되었다. 매매단지 근처라 그런지 탁송 일도 하는 분이 오셨다. 기사님이 왔을 때가 저녁 6시로 퇴근 시간이 되어 집으로 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산 차는 앞 타이어의 상태가 마이마부의 체크로 20% 남아 곧 교체해야 할 상태였는데 딜러는 교체해주는 것에 난색을 보였다. 이제와서 알아보니 흔히 쓰는 국산 타이어 하나는 싼 것이 6만원 정도는 되고 비싼 것은 10만원이 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연료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 정도면 타이어는 갈아주고, 연료도 더 넣어주고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안 그러는 모양이다.
이제 차를 산 지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차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못 하고 주차 연습용 차량으로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면허를 따야 아파트를 벗어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