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 셸터
나름 유명한 감독인 제프 니콜스. 그의 최근작 머드Mud를 이영음의 소개를 통해 봤던 적이 있다. 아마도 이제는 연기파 배우로 확고히 자리를 다진 매튜 매커너히의 변신의 시작이었던가.
테이크 셸터는 니콜스의 전작이다. 포스터를 봐도 줄거리를 봐도 그다지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평론가들로부터 꽤나 호평을 받았다.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해외 유명 평론가의 글들에서는 미국의 시골, 노동 계급, 안정적 가정의 파괴 등을 이야기한다. 혹시나 싶어 읽어본 네이버 영화평에는 그다지 인상적인 글이 없다.
영화를 본 직후 글을 상당량 썼으나 어찌되어 날아가버렸다. 좌절하고는 그만 쓸까하다가 기억을 더듬어 다시 적어보려고 노력하겠다.
오하이오 주였던가 산업 시설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농촌이라고 보기도 힘든 미국의 한 시골 지역이 배경이다. 마이클 섀넌이 연기한 주인공은 아름다운 아내와 어린 딸 하나를 두었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이 단순한 진술에서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섀넌이 정말 정신병을 앓고 있느냐의 여부겠으나 그가 미쳤는지 아닌지에 대한 긴장감은 그의 생활조건으로부터 비롯된다.
부인 역의 제시카 채스테인은 예쁜 여자로 설정된다. 그녀는 전통적인 미녀는 아니지만 영어로 된 유명 평론가들의 글에서 그녀는 미녀로 규정된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그녀의 늘씬한 몸매와 흰 피부는 돋보인다. 그러므로 이는 섀넌에게 잃어버릴까 두려운 요소가 될 것이다.
이 부부의 딸은 취학 전 나이로 보이는데 귀가 들리지 않아 말도 서툴다. 수화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수술(귀?)을 받을 예정이다. 이 수술비를 무난하게 낼 수 있을지 여부가 섀넌 가족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된다. 원래는 문제가 없었는데 섀넌의 환각과 그로 인한 기행들로 그는 해고되고 수술비를 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미국의 경제 상황은 암울하다. 섀넌은 비록 노동자지만 어느 정도의 기술력은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영화는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마침 미국은 실제로 초유의 금융위기를 겪는 혹은 겪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제작 혹은 개봉 시점이 금융 위기의 전개 과정과 어떻게 맞물리는가가 궁금하다. 영화 엔딩의 폭풍은 월가의 붕괴를 상징할 수도 있을까?
섀넌이 자신의 정신병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의료적 도움을 받는 과정을 보며 평론가들은 미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시골 지역이라면 훌륭한 의료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글은 세 번이나 쓰다가 멈추기가 반복되었다.
가장 놓치기 싫은 지점만 적고 넘어가고 행여 여유가 된다면 추가해보는 식으로 써야겠다.
과연 섀넌은 미쳤는가. 엔딩 장면은 그렇지 않다는 강력한 단서를 제시하는 것 같다. 어떤 평론가는 어머니의 정신병이 섀넌에게 유전되었을 거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판단할 수 있을까. 어머니의 병과 아들의 증상은 다른 종류였다. 그리고 섀넌의 형은 아마도 멀쩡한 사람 같았다. 즉 결정적으로 유전적인 이유 때문에 섀넌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섀넌은 소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분명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도 돌아올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환상을 보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즉 갈수록 자신만이 미래의 재앙을 보고 있다고 고집하긴 하지만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진 것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거듭한다. 그의 어머니도 증상이 심각하다지만 아들과 과거의 일에 대해 충분히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후반부에 이 상황을 묘하게 만들어버린다. 임박한 폭풍의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섀넌은 앞마당에 있는 지하 피난처를 확장하고 보강한다. 아니 그런데 실제로 폭풍이 한밤중에 찾아왔다. 하지만 그가 예상했던 정도의 세상을 망하게 할 것 같은 재난은 아니었다.
세 명 가족은 그 밤을 안전하게 잘 보냈지만 섀넌은 가정 형편에 비해 과대 투자를 한 셈이다. 집을 담보로 보강을 했고, 직장에서는 쫓겨났던 것이다.
섀넌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괜찮은 의사를 만나서 증상이 심해지면 시설에 들어갈 각오를 하라는 말을 듣고 받아들였다. 그의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맞고 주변 사람들이 정상임이 증명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돈이 궁해져 취소하려던 휴가를 떠난 세 가족은 바닷가 저편에서 육지를 끝장낼 것 같은 회오리 바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목격한다. 그렇다면 섀넌이 본 환상들이 맞았다는 것인가?
섀넌이 초특급 재난을 미리 예견한 선지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섀넌이 만든 피난처는 지역의 작은 폭풍을 피하기엔 과분했다. 어찌보면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나니 엄청난 폭풍이 다가왔다. 아마 그것이 진짜 폭풍이라면 그의 가족은 재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 재앙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수준이 있다는 교훈만을 얘기한다면 너무 소박한 주장일 터인데.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여러 뒤틀림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단란한 한 가정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생겨나고 가장인 남편이 헛것이 보이고 헛짓거리를 하고 악몽을 꾸고 해고가 되고. 그럼에도 아내는 남편을 떠나지 않고 그를 계속 감싸안아주었다. 재정적 측면에서 이 가정은 파국을 이미 맞았다. 아내는 집안 물건을 중고 거래를 통해 팔아야했고, 남편은 정신병원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되었다. 이미 닥친 현실의 파국 앞에 자연 재앙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글쎄 여전히 깔끔하지는 않다. 밤이 깊고 정신은 혼미해지니 이만 마치는 수밖에.